[이슈분석]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 지속 가능성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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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 지속 가능성 설계 필요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4.04.29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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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생성되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 생활뿐 아니라 정책과 행정,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데이터를 보관하고 연결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 역시 급상승한다.

인터넷 사용율이 높은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데이터센터가 구축되어 있지만 한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이나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국내 기업이 많아지면서 국내 데이터센터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현황과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관련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매력적인 데이터센터 투자 스폿으로 떠오른 한국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을 의미한다. 통신 기기인 라우터와 수많은 서버,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한 UPS 등으로 구성되는데 서버 호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기업의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리적인 시설로 기업이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클라우드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는 중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전산실이라는 기업 내 시설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했지만 데이터의 양이 너무 방대해지면서 데이터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고도의 IT 장비, 기술이 필요해졌고 이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데이터센터다. 기업이 직접 자사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규모 기업에서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여력이 되지 않아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임대 형식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가 많아지고 데이터를 활용한 IT,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의 공실률은 4%로 나타났다.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데이터센터가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포털사이트 운영 기업 네이버는 2013년에 춘천에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2023년에는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2022년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에 장애가 초래되어 많은 비판을 받은 카카오 역시 2023년 안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올해 1분기 가동을 준비 중이다.

해외 기업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도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240여 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에퀴닉스는 2019년 서울 상암동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2023년 3월에는 한국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개소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맥쿼리그룹 계열의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에어트렁크는 데이터센터 운영사 선정과 관련해 2곳 이상에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의 데이터센터 운영 자회사인 STT GDC 역시 효성중공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 구로구 가산동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중이다.

글로벌 펀드인 스톤피크인프라스트럭처와 SK에코플랜트의 합작 법인 형태로 설립된 디지털엣지는 인천 부평 청천동에 120M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홍콩 등 데이터센터 선진국으로 알려진 곳의 수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센터의 고질적 문제, 많은 전력량과 발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총 187개다.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 원을 처음 돌파했고 연 평균 10%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2024년에는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 새로운 데이터센터 투자처로 각광받는 이유는 이미 IT나 광케이블 관련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과 해저 광케이블 등 관련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컴퓨팅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그리 높지 않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력 품질도 양호한 편이며 세계에서 가장 네트워크 밀도가 높은 글로벌 데이터 허브 국가인 싱가포르, 홍콩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글로벌 호재와 투자를 기반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지만 악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과밀화와 님비 현상이다. 2022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87개소 가운데 56.1%인 105개소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새롭게 구축되는 신규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면 이 퍼센티지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입지의 82.1%, 전력 수요의 80.6%가 수도권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많아지면 그만큼 필요한 전력도 많아진다.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전에 전력 공급을 신청한 데이터센터가 요구한 전력량은 4796MW 정도로 이는 원전 3~4기가 필요로 하는 양이다. 당연히 현재 수도권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력으로는 감당이 부족하기에 부족한 전력량을 원전이나 태양광, 풍력 발전소에서 가져와야 한다.

문제는 이들 발전소는 대부분 동해안이나 남해안에 위치해 있어 송전망 확충이 필수라는 것이다. 송전망 확충은 건설에만 7~8년이 걸리고 주민들과의 협의까지 해결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2020년대에 들어와 송전망이 지나가는 장소에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다량 발생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주민과의 협의도 쉽지 않다. 더불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 수도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연쇄적으로 대량의 데이터센터가 영향을 받아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때는 약 30℃에 가까운 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부품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20~25℃ 정도로 유지해야 하므로 냉방 장치가 필수로 요구된다.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잡기 위해 에어컨이 항시 가동되고 대량의 차가운 물이 사용되는데 이 역시 소비 전력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과도한 에너지의 사용은 데이터센터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비판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위한 노력들

이러한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그린데이터센터다. 그린데이터센터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친환경 데이터센터다.

그린데이터센터는 공급 전력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한다. 풍력이나 지열, 태양광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시설을 먼저 갖춘 뒤에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미국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백업 전력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테스트가 성공한 바 있다. 더불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사용한 물을 재사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자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친환경 방법도 있다. 애초에 온도가 낮은 지역이나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미 북극에서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스웨덴 룰레아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했으며 항구 도시에 세워진 데이터센터도 있다. 바닷 속에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세계 각국은 무분별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의 민간 건축물 의무화를 예정하면서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률, 즉 신재생 에너지 비율 20% 의무 달성이라는 규제 수치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비율이라며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는 앞으로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생성되고 축적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증설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의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 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류 전체의 존속을 위한 친환경 중심의 설계와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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