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9년, 여전히 제기되는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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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9년, 여전히 제기되는 실효성 논란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4.05.10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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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발생 시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CCTV는 방범, 감시, 화재 예방 등 다양한 순기능이 존재하지만 한 장소의 상황을 24시간 감시하는 탓에 찍힌 이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촬영되는 대로변이나 번화가에 설치된 CCTV의 경우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카메라에 등장하고 설치된 공간 자체가 사적인 영역이 아니기에 문제가 덜하지만 건물 내, 특정 공간에 CCTV가 설치되는 경우에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 등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직원 동의 하에 CCTV를 설치했더라도 이를 이용해 직원의 행동을 감시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직종이나 환경에 따라서는 안전이나 보안 등의 이유로 직원의 사적인 보호가 후순위로 밀리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2015년에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고 벌써 9년이 지났지만 어린이집 CCTV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과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실효성은?

2015년 1월, 인천광역시 송도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뉴스 보도 영상에서는 30대 중반의 보육 교사가 아이가 김치를 먹지 않고 토한다는 이유로 체중을 실어 뺨을 때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율동을 틀렸다고 발을 걸거나 수업을 못 따라온다고 발길질을 하고 아동을 밀치는 등의 아동 학대 광경이 고스란히 촬영되었다.

문제는 당시 이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 정부 평가에서 우수 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신용도 역시 100점 만점에 95.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 곳이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이 전 국민적인 분노를 사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논의되었던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탄력을 받어 빠르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5년 10월 시행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영유아보육법'과 '어린이집 CCTV 설치의무화 법안'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아동 학대 방지와 영유아의 안전,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한 목적으로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 및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치되는 CCTV는 130만 화소 이상이어야 하며 녹화 영상은 60일 이상 보관을 원칙으로 한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지 9년 가까이 지난 현재,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어떨까? 일단 학부모들의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90% 이상이 어린이집 CCTV가 아동 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답변과 달리 어린이집 아동 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432건에에서 2021년 123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아동 학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고 CCTV를 통해 영상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신고 건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게다가 실제로 아동 학대 사건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 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아동 학대가 가정 등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육 교사들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의 취지에 공감하며 의무화 법안을 받아들였다. 그릐고 현재 많은 보육 교사들이 CCTV로 인한 부작용과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정보, 교권 침해 등의 부작용 심화

가장 크게 대두되는 CCTV 설치 의무화의 부작용은 개인정보 침해 문제다. 어린이집에는 교사와 원생, 기타 보육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 인력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얼굴과 움직임이 24시간 내내 CCTV 영상에 기록되는 것이다.

CCTV는 특성상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장치다. 그래서 일반 사무실에서는 상급자가 CCTV로 직원을 감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 교사들은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을 촬영하다 보면 보육 교사들의 모습도 함께 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육 교사들은 자신의 행동이 CCTV에 모두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의 모든 행동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 체벌이 아닌 올바른 행동과 예절을 가르치기 위한 훈육도 망설이게 되고 말과 행동에 스스로 검열을 들어가기도 한다.

여기에 과도한 학부모의 대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되고 난 뒤 학부모들의 CCTV 열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아이 무릎에 까진 상처가 있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와 싸웠다고 해서'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CCTV 열람을 문의하면서 보육 교사들이 받는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는 교권 침해로 이어져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서는 아이가 학대나 안전사고로 신체·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만 CCTV 영상을 열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열람 신청은 서면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무작정 CCTV 열람을 신청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한 비용 발생 문제도 있다. 법령에서는 학부모들이 비식별 처리 없이 영상을 열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음에도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비식별 처리를 한 영상만 열람을 허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 비식별 처리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학부모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자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명확하게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열람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부작용만 존재하는 어린이집 CCTV의 효과를 의심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CCTV로 촬영된 영상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사실 확인을 위한 사후 조치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아동 학대의 예방, 방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해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진정으로 보육 현장의 지원을 위한 다양한 CCTV가 개발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집 맞춤 지능형 CCTV의 등장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 되었음에도 열람 절차가 까다롭고 어린이집에서 CCTV의 고장이나 장애를 빌미로 제대로 된 CCTV 영상을 전달해주지 않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으로 CCTV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CCTV를 설치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언제든 네트워크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반대로 보육 교사를 실시간으로 명백한 감시할 수 있다는 인권 침해 소지가 높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보육 교사에게 도움을 주는 기능에 초점을 둔 어린이집 맞춤형 CCTV도 등장하고 있다. 지능형 CCTV의 얼굴 인식 기능을 활용해 등·하원하는 어린이들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아동이 보육 공간을 이탈했을 때도 이를 보육 교사에게 알려 줘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비인가자가 어린이집에 출입했을 때는 교직원에게 바로 알람이 가고 아이들이 울거나 넘어지는 등 특정 행동을 했을 때도 알람을 보내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까다로운 개인정보 보호법의 기준을 자동적으로 충족하는 CCTV도 등장했다. CCTV의 영상 열람이나 복사, 삭제, 촬영 범위 조작, 사이버 공격 유무 등 CCTV에 가해진 모든 행위를 기록해 신뢰성을 높인 제품이다. 비상 출동 서비스와 연계해 비상 버튼을 누를 시 전문 보안 인력이 즉각 출동하는 패키지 서비스도 있으며 영상이 아닌 소리를 감지해 이상 행위나 학대를 감지하는 CCTV도 등장했다.

다양한 지능형 CCTV가 어린이집 내 아이의 안전과 학대의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 설치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직 권고에 불과한 유치원 CCTV 설치의 의무화를 두고 벌써부터 각계각층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CCTV 의무화가 시행된 어린이집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논란들이 유치원 CCTV 의무화에도 옮겨오면서 아동 보호와 교권 침해라는 상반된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테스트 중인 여러 지능형 CCTV 기술들이 어린이집을 비롯한 민감 시설의 CCTV 의무화를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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