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법률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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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법률관계
  • 최재윤 변호사
  • 승인 2018.12.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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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월렛에 보관된 자산은 이용자의 소유

최근 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소의 전자지갑에 들어 온 ‘에어드랍(Air Drop) 토큰’을 이용자에게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여기서 ‘에어드랍’의 사전적인 의미는 말 그대로 ‘공중 투하’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투자자에게 추가로 다른 코인을 일정 비율로 배분해 주는 것을 말한다. 주식으로 치면 무상증자 또는 이익배당과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법적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관련 소송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자신의 권리를 알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이하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거래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뤄지는지부터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① 계좌 개설과 암호화폐 구입

이용자가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거래소 명의 은행계좌로 금전을 송금하고 거래소는 이용자를 위해 해당 금전을 보관한다. 이용자는 거래소로부터 자신이 송금한 금액 상당의 KRW 포인트를 본인 계정으로 받는다. 이후에 이용자는 해당 KRW 포인트로 거래소 내에서 암호화폐 구입대금을 결제하고, 구입한 암호화폐는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에서 생성돼, 이용자에게 배정된 주소(이하 '월렛')에 보관된다.

② 암호화폐 매매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들과 호가주문방식으로 암호화폐 거래하게 되는데, 여기서 호가주문방식이란, 지정된 가격이 아닌 매도인과 매수인이 일정한 희망가격을 지정해 서로가 합의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거래가 체결되면 거래소의 장부상으로 암호화폐 매수자의 KRW 포인트와 매도자의 암호화폐 포인트가 맞교환되는 구조로 거래가 이루뤄진다. 즉, 이용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방법에 따라 월렛에 보유 중인 암호화폐에 대해 일정한 희망가격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매도 주문을 입력한다. 이 때 입력된 주문에 상응하는 내용의 거래의사를 가진 다른 이용자가 매수 주문을 입력한 경우, 두 이용자 사이의 거래의사가 합치돼 즉시 이용자 사이의 암호화폐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두 매매 당사자 간의 가격조건이 일치하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계약이 체결되면 거래소 장부상 기록돼 있는 암호화폐와 KRW포인트가 매수인으로부터 매도인에게 각각 이전된다. 암호화폐 매매 시 필요한 현금 또는 암호화폐는 이미 거래소 명의의 또는 거래소가 관리하는 월렛에 예치하거나 보관되기 때문에 결제를 위해 매매 당사자 간에 별도로 대금의 지급 및 암호화폐를 인도하는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편, 거래소는 종류가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 간의 암호화폐 교환계약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③ 거래소 탈퇴와 출금 요청

거래소 탈퇴나 출금 요청 단계에서 거래소는 이용자의 청구에 따라 이용자의 KRW 포인트나 암호화폐 포인트를 현금이나 암호화폐로 환불, 교환 내지 반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거래 당사자들을 연결시켜주고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와 이용자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 법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 임치계약이라고 보는 경우

먼저 거래소와 이용자의 관계를 임치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임치계약이란, 임치인이 수치인에 대해 금전, 유가증권 기타 물건의 보관을 위탁하고, 상대방이 승낙함으로써 성립되는 계약을 말한다.

거래소에서 회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암호화폐 매매 시 필요한 현금과 암호화폐를 미리 거래소 명의의 또는 거래소가 관리하는 월렛에 예치하거나 보관한다. 따라서 결제를 위해서 매매 거래 당사자 간에 별도의 대금 지급이나 암호화폐를 인도하는 행위는 이뤄지지 않고, 거래소의 거래장부 상으로만 매매당사자 간 거래가 완료된다.

거래소는 회원에게 현금과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은 거래소의 월렛에 현금이나 암호화폐를 예치한다. 이에 따라 회원이 자기 소유의 현금과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맡기는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거래소에 보관된 현금과 암호화폐의 소유권자는 회원이고 거래소가 이를 보관하는 근거를 ‘임치계약’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가 ‘금전·유가증권·기타 물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 민법상 임치계약이라기 보다는 임치계약 유사의 비전형계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거래소와 이용자의 관계를 임치계약의 일종이라거나 임치계약 유사의 비전형계약이라고 해석할 경우, 소비임치나 혼장임치를 불문하고 임치물(암호화폐)에 대해 발생한 권리는 수치인(거래소)가 아닌 임치인(이용자)에게 귀속돼야 한다.

즉, 민법상 임치에는 위임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 따라서 수치인인 거래소의 월렛에 보관중인 암호화폐에 대해 금전 기타의 물건, 과실, 권리 등이 발생한 경우, 거래소는 임치목적물인 해당 암호화폐 뿐 아니라 이로부터 발생한 금전, 기타의 물건, 과실, 권리도 임치인인 고객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며, 수치인인 거래소가 이를 스스로 취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임치인인 이용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수치인인 거래소에 대해 월렛에 보관된 암호화폐나 현금을 개인지갑으로 반환하도록 임치물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때, 이용자는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암호화폐나 현금이라는 임치물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청산을 요구한 시점의 암호화폐 시세대로 이용자의 거래소에 대한 임치물반환청구의 내용이 확정된다.

요약하자면, 거래소와 이용자의 관계를 임치계약으로 볼 경우,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암호화폐와 현금의 ‘보관을 위탁’받은 관계로, 보관 중인 현금과 암호화폐에 대한 권리는 이용자에게 있다.

▲ 상법상 위탁매매계약과 유사한 계약이라고 보는 경우

두 번째는 위탁매매계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상법상 자신의 명의로 타인의 계산에 의해 물건이나 유가증권의 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위탁매매인’이라고 한다(상법 제101조). 일반적으로 상장회사의 주식을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경우 투자자들은 증권회사에 위탁매매인 자격을 부여하고 주식을 거래한다.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투자자가 암호화폐거래소와 이런 위탁매매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로 암호화폐의 보관을 맡기고 거래를 위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탁매매의 경우 거래 상대방과 관계에서는 위탁매매인이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지만, 위탁매매인이 위탁자로부터 받은 물건 또는 유가증권이나 위탁매매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유가증권 기타 채권은 위탁자와 위탁매매인 또는 위탁매매인의 채권자 간의 관계에서는 위탁자의 소유 또는 채권으로 본다.

따라서 위탁매매인인 거래소의 월렛에 보관중인 암호화폐에 대해, 금전 기타의 물건, 과실, 권리 등이 발생한 경우, 위탁매매인인 거래소는 위탁물인 해당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발생한 금전, 기타의 물건, 과실, 권리도 위탁자인 고객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며, 위탁매매인인 거래소 스스로 이를 취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위탁자와 위탁매매인 간의 관계는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상법 제112조),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민법 제689조 제1항) 위탁자인 이용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위탁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위탁매매인인 거래소에 대해 월렛에 보관돼 있는 암호화폐나 현금을 개인지갑으로 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이같은 경우에 거래소는 이용자로부터 암호화폐와 현금의 ‘매매 행위를 위탁’받은 관계며, 이같은 경우에도 거래소는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로부터 발생한 권리를 온전히 이용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임치계약이나 상법상 위탁매매계약 중 어느 성격으로 보더라도, 거래소와 이용자 사이에서 거래를 위해 월렛에 보관하고 있는 암호화폐나 현금은 이용자의 소유이고, 이용자는 자유롭게 해지 의사를 표시해, 월렛에 보관돼 있는 암호화폐나 현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법률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권리를 인지함으로서 이용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구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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