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뉴스=정환용 기자] 인텔 코어 8세대 i7-8700K 커피레이크 프로세서(이하 8700K)의 평균 구입가격은 40만 원대 후반이다. 8700K와 같은 헥사코어 12스레드 구성의 i7-8700은 8700K보다 약 4만 원가량 저렴하다. 동작 속도는 8700이 기본 3.2GHz, 터보부스트 4.6GHz, 8700는 기본 3.7GHz, 터보부스트 4.7GHz다. 최대 속도를 보면 불과 0.1GHz 차이밖에 나지 않아, 게임이 잘 구동되면 그만인 사용자들은 대부분 조금 더 저렴한 8700을 선택한다.

오버클럭을 염두에 두면 이 차이가 가격의 차이보다 좀 더 커진다. PC 운영에 오버클럭은 지극히 선택적인 요소지만, 히트 스프레더를 떼는 소위 ‘뚜따’가 아닌 소프트웨어 오버클럭은 메인보드의 발전으로 진입장벽이 무척 낮아졌다. 게다가 일반적인 오버클럭으로 인한 CPU의 파손은 무상 A/S를 받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한 번쯤 시도해 보자. 파일 압축∙해제나 인코딩 등 여러 작업에서 동작 속도 향상으로 인한 효과를 체험해 본다면, 0.1GHz라도 더 높이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동작 속도는 고고익선

현재 CPU의 동작 속도 단위는 헤르츠(Hz)다. 0과 1의 신호가 한 번씩 실행되는 주기인 헤르츠는 마스터 클럭의 신호를 주파수로 표기한 것으로, 1GHz는 이 신호가 1초에 1억 번 실행된다고 보면 된다. 8700K가 최대 속도인 4.7GHz로 동작하는 것은 코어 하나가 1초에 4억 7000만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논리 프로세서 숫자가 많아질수록 멀티태스킹 능력도 향상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10의 성능을 내는 CPU를 20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안 될 일이며, 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CPU가 오버클럭을 견뎌내고 있지만, 액체질소로 열을 잡는 프로 오버클럭커들도 기본 성능의 2배를 끌어내기 어렵다. CPU 벤치마크 프로그램 CPU-Z 기준으로, 8700K 오버클럭 1위는 7.405GHz다. 대부분의 헤비 오버클럭커들이 특수한 열 관리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기본 속도가 4.0GHz인 8700K로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끌어올리는 건 실제 사용 환경에선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 사용자들이 오버클럭을 위해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CPU는 번들 쿨러가 기본 제공되는데, 오버클럭을 할 때는 이보다 더 좋은 성능의 쿨러로 CPU의 열을 더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줄 필요가 있다. 고장률이 상당히 낮은 편인 CPU가 고장 나는 대부분의 원인이 발열인 점을 감안하자. 약 10~15% 정도 높이는 일반적인 오버클럭에는 3~4만 원대의 공랭식 쿨러만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 더 빠른 속도를 추구한다면 일체형 수랭식 쿨러가 좀 더 효율적이다. 일체형 제품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수랭 쿨링 시스템이 개인 제작 방식이어서 상당히 비쌌지만, 지금은 120mm 쿨러 2~3개 크기의 라디에이터를 장착한 10만 원대의 일체형 제품이 보편화됐다.


가장 쉽고 빠르게, 자동 오버클럭
오버클럭을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서 성능을 좀 더 높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무난한 수치는 10%다. 8700K의 기본 속도 3.7GHz를 4.2~4.3GHz로 높이는 것은 위험도도 높지 않고,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오버클럭이다. 이 때는 메인보드의 바이오스 메뉴에서 지원하는 자동 오버클럭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MSI 등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메뉴가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 0.2GHz 단위로 4.6GHz까지는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배수 조정
하지만, 오버클럭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자동 세팅보다는 별도의 오버클럭 메뉴를 살펴보면서 수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동 오버클럭은 사용하는 CPU의 수율과 관계없이 8700K의 평균 수치를 가지고 세부 조정을 자동으로 맞춰주는데, CPU에 따라 발열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스로틀링 현상이 생기거나, 같은 속도라도 다른 시스템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오버클럭을 수동으로 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 역시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바이오스에서 해당 항목이 조금씩 다른데, ‘Ai Tweaker’(에이수스)나 ‘OC Tweaker’(MSI), M.I.T.(기가바이트) 등의 메뉴에서 배수와 동작 속도를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찾을 수 있다. 해당 메뉴에서 ‘자동’(Auto)으로 설정돼 있는 CPU의 배수(All Core)를 하나씩 높이며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수동 오버클럭 과정의 절반이다.
CPU의 동작 속도는 기본 동작속도와 배수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8700K가 장착된 PC의 바이오스에 진입하면 기본 동작속도가 100MHz, 배수가 37로 설정돼 있는데, 이 조합으로 3.7GHz란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CPU 모델에 K가 덧붙지 않은 모델은 이 배수를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잠가둔 것이고, K가 붙은 모델을 사용해야 배수를 조정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조정 없이 배수를 3~4 정도 올리고, CPU-Z 벤치마크나 7ZIP 벤치 등 CPU 성능을 100%까지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돌리며 정상 동작을 확인하자. 보통 전체 속도의 10% 정도를 높이는 것은 별다른 조정 없이 가능할 것이다. 수치를 조금씩 높이다 보면 제대로 리부팅되지 않고 설정을 변경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가는데, 이는 더 높은 속도를 내기 위한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5% 이상 속도를 끌어올릴 때 필요한 것이 CPU 전압 설정이다.

어디까지 올라가나, 전압 조정
CPU 속도를 끌어올린 뒤 안정적인 동작을 위해 필수적으로 공급 전압을 조정해야 한다. 향상시킨 속도만큼 비율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속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전압을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선으로 맞춰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8700K를 5.0GHz까지 끌어올릴 때는 전압 조정에 하루 정도를 소비했는데,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팅된 후 안정적으로 PC를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PC의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필요 전압은 메인보드마다, CPU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기자의 경우 오버클럭하기 전과 같은 안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전압을 1.365~1.370V에서 찾았다. 전압은 0.05V 단위로 조정했고, 1.350V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듯하다가도 CPU가 100% 가동하기 시작하면 얼마 못 가서 전원이 꺼졌다. 1.385V까지 올렸을 때는 전원이 잘 켜지지 않거나 켜졌다가 금방 다시 꺼졌다. 인터넷으로 자기가 가진 CPU와 메인보드 정보를 가지고 다른 사용자들이 성공한 오버클럭 상태의 전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PU에 전압을 0.xV 더 준다고 해서 같은 사용시간 대비 전기세가 눈에 띄게 오르진 않는다. 오버클럭에 있어 사용자가 주의할 것은 과도한 전압이나 속도 상향으로 인한 고장이나 안정적인 전압을 찾는 데 드는 시간이다. 필수가 아닌 선택적인 작업이지만, 성공했을 때 좀 더 향상된 시스템 속도를 체감했을 때의 성취감은 생각보다 작지 않다. 최신 제품이 아니더라도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은 10% 더 나은 컴퓨팅 시스템에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