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형법상 재산적 가치, 민법상 채권의 목적으로서 성격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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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형법상 재산적 가치, 민법상 채권의 목적으로서 성격 가진다
  • 최재윤 변호사
  • 승인 2018.07.3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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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는 통화도, 화폐도, 금융통화상품도 아니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정부에서 일부 규제는 하되 막지도 않는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 대법원에서는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하여 몰수형을 부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는 법원에서 암호화폐의 사회통념상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곧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디앱(Dapp) 개발, 암호화폐 거래 등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10가지로 세분화한 산업분류 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암호화폐와 그 거래소를 산업으로 인정하는 첫 조치로서 의미가 크다 한편, 최근 G20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비트코인 등이 화폐로서의 핵심 특성을 결여하고 있는데다 ‘Curency’라는 명칭으로 인해 일반 대중에게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고, 현실에서 주로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암호자산(crypto-a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분쟁에 대해서 민·형사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암호화폐에 동시다발적인 국가 주요 기관들의 움직임을 볼 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앞으로 우리의 생활 전반에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법원의 판례는 범죄수익인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그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최초의 판결이고,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성격을 다룬 판례로서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민·형사적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이는 ICO 관련 법적 분쟁,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기, 배임 등 각종 재산범죄, 암호화폐에 대한 민사상 청구 및 강제집행 등 향후 암호 화폐와 관련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법적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논의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민법상 암호화폐, 이행청구 및 강제집행 가능
민법은 물권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점유권·소유권·지상권· 지역권·전세권·유치권·질권·저당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민법에서 물권이란 ‘물건에 대한 권리’, 즉 특정 물건을 직접 지배해서 이익을 얻는 배타적 권리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물권성을 가지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암호화 폐가 민법상 물건인지 여부부터 판단해야 한다. 민법 제99조는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디지털 상에 존재하는 코드에 불과할 뿐 만질 수 있거나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민법상 유체물이라고 볼 수 없고, 전기같이 어떠한 자연력(에너지)을 갖지 않기에 현행 민법 체계 하에서는 암호화폐를 물건이라 보기가 어렵다. 즉, 암호화폐는 물건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물건임을 전제로 한 물권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볼 것이고, 물권성이 없어 이를 전제로 하는 소유권, 점유권 등에 기한 반환청구권 등 물권적 청구권은 현행 민법상 인정되기 어렵다.

물권이 물건에 권리라고 한다면 채권은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권리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민법 제373조는 “금전으로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것이라도 채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가상화폐는 디지털로 암호화된 코드에 지나지 않아 가상화폐 자체를 채권이라 볼 수는 없으나, 자금결제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환금성을 가지므로 재산적 가치는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가 채권의 대상(목적물)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암호화폐를 채권의 대상으로 하는 계약에서 채무자의 이행이 없으면 채권자는 그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판결에 의하여 강제집행 또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재산상의 이익 해당 시 처벌가능
민법은 ‘물건’에 대한 정의는 있지만 재물에 대한 개념이 없다. 반면, 형법에서는 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여부에 따라 성립되는 범죄가 달라진다. 형법에서 다수의 학설은 재물에 대해 ‘유체물 뿐만 아니라 관리 가능한 무체물’도 재물에 포함된다고 하여 민법상 물건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

한편, 형법은 재산죄의 행위객체를 기준으로 재물죄와 이득죄로 나누고 있는데, 재물죄는 개개의 재물을 객체로 하는 범죄로서 절도죄, 횡령죄, 장물죄, 손괴죄가, 이득죄는 전체로서의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범죄로서 배임죄, 컴퓨터사기죄가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는 재물죄인 동시에 이득죄이다. 우선 암호화폐가 형법상 재물에 해당되는지(재물죄)부터 살펴보자.

형법은 제346조에서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은 재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유체물이 아님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재물로 볼 수 없고, 재물을 객체로 하는 범죄인 절도죄, 횡령죄, 장물죄, 손괴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음으로 암호화폐가 형법상 재산상의 이익(이득죄)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자.

형법상 재산상 이익이란 재물 이외에 일체의 재산적 가치·이익을 말한다. 이 때 재산적 가치의 의미에 대하여 경제적 가치가 있으면 법적으로 승인된 권리가 아니라도 재산상의 이익이 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전제로, 암호화폐가 아직 완전하게 제도권에 포섭되어 관리되고 있지는 않지만 ①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②투자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③지불 또는 교환의 수단이 되고 있는 상황임을 미루어 볼 때 암호화폐는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야 하고 이득죄의 객체가 된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하는 배임죄, 컴퓨터 사기죄, 그리고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하는 강도죄, 사기죄, 공갈죄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형 부가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2018도3619)에서 암호 화폐를 물건으로는 보지 않으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몰수 대상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그 범위를 재산으로 확장하면서 범죄수익의 개념에 현금 및 이익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포함하고 있다”며 몰수 대상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체물로 확장하여 규정하고 암호 화폐를 몰수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즉, 법원은 암호화폐를 물건으로 보지 않으나 재산상 가치와 이익으로 보았고, 이는 형법상 몰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8도3619는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7노7120 판결)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본 것인데, 위 항소심 판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 항소심에서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각종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피고인이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에 대하여 몰수형을 부가한 것으로 항소심에서는 비트코인이 ①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 화되는 점, ②온라인 게임업체가 발급하는 것으로 온라인 게임상에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데 사용하는 ‘게임머니’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하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진술한 전자지갑의 주소 및 ‘비밀키’를 근거로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위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하 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현재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일정한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대법원 2018도3619 판결은 범죄수익인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최초의 판결이고,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성격을 다룬 판례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는 산업 각 분야에서 수많은 형태로 생성되고 사용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자산의 등장으로 현세대를 사는 우리는 앞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각종 가치 교환·지불의 형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생활 속의 상식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암호화폐 관련 법적분쟁 등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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