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도심 혼잡 해결할 미래 교통수단 UAM, 상용화 준비 진척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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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온] 도심 혼잡 해결할 미래 교통수단 UAM, 상용화 준비 진척도는?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4.04.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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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등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교통수단이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혹은 개인용 항공 운송 수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래의 교통수단이 이제는 더이상 창작물 속의 상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게 됐다. 도심의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이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처음으로 한국형 UAM의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2025년 상용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한국형 UAM 실증 사업 1단계에 착수했다. UAM 상용화를 1년 앞둔 현재, 국내 UAM 사업의 추진 현황과 남은 과제들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UAM

UAM은 지상과 항공을 연결하는 3차원 도심 항공 교통 체계로 복잡한 도심을 피해 하늘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헬리콥터와 가장 유사하지만 UAM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헬리콥터보다 크기와 소음이 훨씬 작게 설계된 이동수단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항공기와 차별화 된 UAM만의 특징은 친환경성과 간편함이다. UAM은 별도 활주로가 필요 없이 최소한의 수직 이착륙 공간만을 필요로 하는 간편한 모빌리티다. 여기에 항공유가 아닌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소음도 적어 도심에서 큰 불편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집중화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수도권의 인구가 과밀화되고 이로 인해 도심의 도로는 나날이 혼잡해지고 있다. 이 같은 대도시 집중화로 인한 도로 혼잡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교통수단이 바로 UAM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UAM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글로벌 UAM 시장이 2025년 109억 달러(약 14.6조 원)에서 2030년 516억 달러(약 69조 원), 2040년 6090억 달러(약 813조 원)로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40년 국내 UAM 시장 규모도 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국내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UAM이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교통수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UAM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실증 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상이 아닌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교통수단이기에 안전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럽항공안전청(EASA: 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에서는 UAM의 운영 조건으로 ▲안전과 보안 ▲소음 및 환경 영향 최소화 ▲도시 경관과 어울리는 교통망 통합 ▲산업의 경제성 ▲산업의 경제성 ▲대중적 인지도 확보을 꼽았다. 이 6가지 조건이 충적되지 않으면 UAM가 상용화되기 힘들다고 전망한 것이다. 많은 국가나 기관에서 UAM의 상용화를 2025년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EASA의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최소한 2030년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개인비행체 종합 테스트베드 조감도 [출처: 전남도]
차세대 개인비행체 종합 테스트베드 조감도[출처: 전라남도]

 

2023년 공포된 우리나라 UAM법

한국은 2023년 10월 24일,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일명 'UAM법'이라 명명된 이 법은 2022년 8월 19일에 최초 발의된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발의안'과 2022년 10월 4일에 발의된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심사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통합, 수정하여 발의 의결된 법이다.

UAM법에서는 UAM을 '사람 또는 화물의 운송과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개별적으로 또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도심형 항공기, 버티포트(Vertiport) 및 도심항공교통회랑 등의 이용·관리·운영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법률에서 이야기하는 도심형항공기는 항공안전법상 항공기 또는 이에 준하는 기기 중에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소음이 적은 전기 동력의 항공기를 말한다.

버티포트는 도심형 항공기의 이륙과 착륙, 탑승과 환승, 충전, 정비 등을 위한 터미널로 활용되는 시설을 의미하며 도심항공교통회랑은 도심형 항공기가 운행될 수 있는 하늘의 길이다. 법률 제정 이전에는 다소 모호하고 확실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던 UAM 관련 용어가 법률을 통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더불어 법률에는 버티포트 지정에 관한 사항, 개발 사업의 인허가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국토교통부의 한국형 UAM 실증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실증 사업 구역 지정, 시범 운용 구역 지정, 도심항공교통 실증 사업자 지정 등 UAM 활용 촉진에 관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UAM 기체, 오파브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이 자체 개발한 UAM 기체 '오파브'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증 사업 등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 나선 K-UAM

UAM법 공포 이후 국토교통부는 전남 고흥에 위치한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2023년 8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실증 사업 1단계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실증 사업에서는 기체의 소음 측정과 시운전 등이 이뤄진다.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종류의 기체가 투입되어 실증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UAM 기체 '오파브'도 포함되어 있다. 오파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UAM 기체로 전기를 동력으로 하며 순항 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한다. 아직은 상용화 모델이 아니라 비행 소음이 일반 도시 소음 수준이지만 향후 상용화 모델을 연구할 때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소음을 줄일 계획이라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도권에서의 도심 실증이 이어진다. 인천 드론센터에서 계양 3기 신도시, 경기 고양킨텍스에서 김포공항, 여의도를 잇는 두 경로를 대상으로 UAM이 안정적으로 운항되는지를 확인하는 실증 사업이다.

이와 함께 민관 합동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GC)에는 총 7개 컨소시엄, 3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경쟁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제각기 다른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현대자동차와 KT,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참여하는 'K-UAM 원팀'은 인공위성을 활용해 통신 사각지대가 없는 기체 운용에 나설 예정이다. 실증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오파브를 사용 중이다.

▲SKT와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로 구성된 'K-UAM 드림팀'은 미국 조비의 S4 기체를 실증에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SKT의 UAM용 5G 상공망과 3차원 공간 정보, 기상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UAM 퓨처팀'은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의 VX4 기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UA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트에어의 조니 기체를 사용하는 '롯데 컨소시엄'은 롯데의 관광 유통 인프라를 UAM 기술과 접목할 계획이다. ▲티웨이와 버티 등 11개 기업이 모인 UAMitra(UAM산업기술연구조합) 팀은 화물 운송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제주항공이 함께하는 컨소시엄은 미국의 엘리아 250 기체를 사용하여 실증을 하고 있으며 제주 항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개된 컨소시엄 외에도 단일 분야에서 플라나, 켄코아, 로비고스, 볼트라인 등 수많은 컨소시엄들이 존재한다. 총 46개 기업이 참여하는 11개의 컨소시엄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UAM 상용화를 위한 실증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UAM 상용화 이후는?

정부는 나름 체계적으로 UAM 산업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UAM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기관, 업계가 참여해 안전성과 통합 운용성을 검증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5년에는 UAM 상용화에 발을 들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2020~2024년 UAM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준비기를 거쳐 2029년까지 일부 노선을 상용화하는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초기 단계를 지나면 비행 노선을 확대하는 성장기 5년을 거쳐 2035년이 되면 UAM이 보편화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실증 사업을 통해 이제 막 첫 발을 띈 UAM 산업인 만큼 아직 산적한 과제가 많다. 일단 항로가 개발되어야 한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도심 인근에 비행 금지 구역이 산재해 있다. 대통령실이 자리 잡은 서울 용산은 물론, 수도권 곳곳에 비행 금지 구역이 있어 항로 설정에 유의해야 한다.

더불어 처음으로 상용화가 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 연계 모델과 이윤에 대한 걱정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UAM 사업이 당장 상용화된다고 해도 최소 10년 정도는 적자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현재 UAM 사업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대부분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이들이 10년 넘게 적자를 유지하며 UAM 사업에 투자와 연구를 지속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공공 사업과 UAM을 연계하거나 기업들의 적자 기한을 줄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UAM의 안전성이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인 만큼 사고 발생 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UAM 기체의 결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상정해 UAM이 기체 이상으로 긴급 착륙을 하거나 추락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술한 과제 외에도 소음, 기체의 대량 생산, 운임비 등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과제들이 다 해결되고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에 상용화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복잡해 지는 도심의 혼잡도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UAM의 상용화는 미래 시대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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