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가상자산 위협하는 양자컴퓨팅 기술, 선제적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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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가상자산 위협하는 양자컴퓨팅 기술, 선제적 대응 필요
  • 한평훈 기자
  • 승인 2024.04.0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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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대장 비트코인 1억 원 시대
블록체인 기술 현재로서는 안전하지만 '포스트-양자 암호화' 기술 전환 필요

가상자산 열풍의 주역인 비트코인이 한화 기준 1억 원 이상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들은 한때 미래의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았지만 급격한 시세 변동과 가치 보장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투자 자산으로만 여겨지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과 연결되어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보안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코인들의 보안 안전성에 대해 적신호가 켜졌다. 다름 아닌 양자컴퓨팅 기술의 연구가 진척되면서 블록체인의 암호 체계가 쉽게 무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에도 양자컴퓨팅 암호화 내성을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양자컴퓨팅의 잠재력 무궁무진

양자컴퓨팅은 현대 과학과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계산 능력의 지평을 열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데 기존의 컴퓨터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를 사용해 연산을 처리했다면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큐비트(Qubits)'를 정보의 기본 단위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양자 역학의 중첩 상태를 이용하며 이는 클래식 컴퓨터의 비트가 0 또는 1의 상태만 가질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큐비트는 서로 얽혀있는 상태(양자 얽힘)를 통해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상태를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 과학을 비롯 물질 과학, 신약 개발 등 여러가지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데이터 패턴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AI의 학습 능력과 응용 범위를 대폭 확장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 제조, 물류, 교통 시스템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방대한 해결책의 공간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현저히 가속화 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복잡한 분자 구조와 화학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약물 개발 과정에서 후보 물질을 예측하고 실험실 테스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해 준다. 생명 과학 분야에서는 단백질 접힘 문제와 같은 복잡한 생물학적 프로세스를 해석하는 데 양자컴퓨터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기후 모델링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전략 구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류 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 양자컴퓨팅 기술에 취약

그런데 보안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암호화 방식을 깨뜨릴 수 있는 연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들은 중앙은행이나 단일 관리 기구 없이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분산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일련의 블록들이 체인처럼 연결된 구조다. 각 거래가 네트워크 참여자에 의해 검증되고 이를 암호화시켜 기록한다. 이 시스템은 ▲투명성 ▲불변성 ▲중앙 집중식 권한 탈피 등의 성격을 띄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들은 대체로 모든 거래가 공개키와 개인키를 이용한 디지털 서명을 통해 보호되는데 이는 거래의 무결성과 안전성을 보장한다. 이와 더불어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합의에 이르는 방식으로서 비트코인의 경우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검증은 SHA-256 해시 함수와 ECDSA(타원 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를 사용하는데 현재로서는 안전하지만 충분히 발전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효율성은 특정 알고리즘에서 극대화 되는데 이러한 기술들이 현존하는 가상자산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과 '그로버 알고리즘(Grover's Algorithm)'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쇼어 알고리즘은 큰 수의 소인수분해 문제를 다룬다. 현재 암호화 기술에 사용되는 RSA 암호가 이 문제에 기반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이 알고리즘을 실행할 경우 많은 암호화 방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로버 알고리즘은 해시 함수의 충돌을 찾는 데 기존 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핵심 보안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지만 블록체인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일부 보안 시스템을 약화시킬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양자컴퓨터 운용, 극복해야할 과제 산적

그러나 양자컴퓨팅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극복해야할 기술적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본적으로 양자컴퓨터를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먼저 큐비트는 환경적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대부분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극저온 환경에서 운영된다. 초전도 큐비트의 경우 절대 영도에 가까운 낮은 온도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맞췄다고 하더라도 미세한 온도 변화가 큐비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엄격한 온도 관리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모든 전자기적 신호나 방사선은 큐비트의 양자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휴대폰이나 라디오 신호 같은 일상적인 전자기 방사선조차도 큐비트를 교란할 수 있다. 진동 또한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교란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인데 연구소 내부의 작은 진동이나 지구의 자연적인 진동조차도 큐비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자 컴퓨터는 전자기적으로나 미세 진동으로부터 차폐된 시설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를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연산을 위한 특별한 알고리즘이 개발되어야 하며 이에 맞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도구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구글은 2019년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양자 우월성은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특정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의미다.

IBM 역시 양자컴퓨팅 연구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클라우드를 통해 일반 대중이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Quantum Experience)'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이 클라우드에서 실제 양자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양자 알고리즘을 실험하고 IBM의 양자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외에도 각국의 많은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양자컴퓨팅 기술에 관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며 경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결국 양자컴퓨팅 기술도 대중화를 이뤄 언젠가는 해커들 역시 새로운 공격 기법으로 접근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양자 내성 암호화 전환 절실

양자컴퓨팅의 발전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보안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이 보안 위협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디지털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위한 가상자산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미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 '포스트-양자 암호화'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들 역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격자 기반 암호화 ▲해시 기반 암호화 ▲코드 기반 암호화 ▲멀티바리에이트 다항식 암호화 등 일부 양자컴퓨팅 기술로는 해독이 어려운 기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은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광범위한 연구와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수확 후 해독(Harvest and Decrypt)' 전략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는 해커가 현재 데이터를 수집해 보관해 뒀다가 미래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해독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을 비롯한 국방, 개인정보 등 민감 데이터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이러한 위협은 배제할 수 없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이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매우 크지만 동시에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양자컴퓨팅과 가상자산 암호화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이에 대비한 적극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가상자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포스트-양자 암호화 기술로의 전환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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