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전기차 배터리 화재, 얼마나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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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전기차 배터리 화재, 얼마나 위험할까?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4.03.2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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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나 기술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회용기 사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와 기술들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친환경 요구가 힘을 발휘하면서 미래 이동수단으로 전기차가 각광받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1066만 대 규모였다.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전년 대비 11.1% 하락하며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졌던 일부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환경 문제와 얽히며 여전히 전기차의 비중이 점차 커져가는 추세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하며 전기차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원인은 한 가지. 바로 안전 때문이다. 전기차는 과연 수많은 자동차 기업들의 홍보대로 안전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불안한 전기차 화재 사고

전기차는 이름 그대로 내연 기관 없이 전기 에너지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전기차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되었는데 1834년 영국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에 의해 최초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연 기관으로 달리는 자동차보다도 약 50년 앞서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전지 기술의 한계로 대중화되지는 못했고 그 자리를 석유 에너지 기반의 내연 기관 자동차가 대신하게 됐다.

최근 전기차가 다시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기존 디젤, 가솔린 기반 자동차들이 달리면서 매연 등을 내뿜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내뿜지 않아 친환경 자동차로 알려져 있다. 또한 충전에 필요한 전기 요금도 주유비와 비교하면 최대 2~3배 저렴해 경제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기차의 대중화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로 안전 문제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울산 북구 성내삼거리에서 전기차가 고가도로 교각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37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차량은 전소되었고 운전자는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되었다. 2023년 11월에도 부산에서 전기차 택시가 상가 건물을 들이받은 뒤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 제주에서는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불이 나 3시간 30분 만에 진화되는 사고가 있었다. 2023년 6월에는 전주 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전기 차량이 SUV 차량과 충돌한 직후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전기차의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관련 화재 사고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기차 화재는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는 2020년에 11건, 2021년 24건이었다가 2022년 43건, 2023년에는 72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더 위험한 이유는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으로 인해 내부 온도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치솟기 때문이다. 한번 열 폭주 현상이 벌어지면 약 3초 만에 800℃까지 온도가 치솟아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이렇게 불이 붙은 배터리는 완전 전소되기 전까지 진화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기차 화재로 불을 끄는데 7시간 동안 수 만 리터의 물을 쓴 사례가 있다. 내연 기관차의 불을 끄는 데 1천 리터 정도의 물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전기차의 친환경성, 경제성에 대한 장점이 워낙 부각되어 전기차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뤄왔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화재 사고가 빈번해지고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전기차의 안전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순식간에 불길이 커진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화재는 순식간에 불길이 커진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이유

현재 전기차는 액체 상태인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양극과 음극이 분리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분리막에 손상이 생길 경우 두 극이 만나 전류를 생성하고 과부하 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분리막 자체에 결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기차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면 분리막이 손상되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기를 충전하다가 특정 셀에 전류가 과다하게 흐를 때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이를 진화할 방법이 배터리를 통째로 거대한 수조에 집어넣는 침수법 외에는 마땅치 않다.

다만 실제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 자체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보험 회사인 오토 인슈어런스 EZ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의 화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10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에서 휘발유 자동차는 1592대로 나타났지만 전기차는 25대에 불과했다. 화재 건수가 가장 많은 건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10만 대당 3474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중인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20%를 넘겨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노르웨이에서도 자동차 화재 305건 중 15건만이 전기차 화재였을 정도로 전기차의 화재 발생 위험 자체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차를 위험한 차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자력으로 화재를 피하기 어렵고 사례가 적긴 하지만 과충전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 제조업체나 정부에서는 전기차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안전의 키, 열 폭주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의 안전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40개 혹은 50개의 셀이 모인 모듈을 11개 모아서 만들어진다. 즉, 배터리 팩 안에는 모듈이 11개 있고 그 안에는 약 400~500개의 셀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성능을 발휘해야 하기에 이처럼 셀을 여러 개 모아놓은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셀이 여러 개 붙어있다 보니 하나의 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옆에 있는 셀까지 빠르게 불이 붙게 된다. 이를 열 폭주라 부른다.

앞에서 언급했듯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전류가 과부화되어 화재가 발생한다. 이에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모든 배터리는 분리막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하나의 습식 분리막을 통해 양극을 구분하지만 안전이 중요한 전기차는 여기에 세라믹으로 코팅된 분리막을 추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외부의 열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방열 성능을 높인 파우치 타입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면의 충격에는 강하지만 사이드에서의 충격에는 약한 배터리 팩의 특징을 고려해 사이드에는 충격 흡수를 위한 보강재를 적용해 두고 있다.

배터리의 온도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도 상시 가동한다. 배터리의 온도와 전압 정보를 차량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온도 상승을 감지해 열을 식히거나 충전 밸런스를 맞추는 데 기여한다. 과전류 시에 전류 자체를 차단하고 배터리 내부에 가스가 발생할 때 가스를 내보내는 별도의 장치도 존재한다.

학계에서는 열 폭주를 늦춰서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소방에서는 배터리팩 내부에 직접 물을 분사해 전기차 화재를 약 10분 만에 진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배터리 생산업체에서는 완성된 배터리에 별도의 충격, 충돌, 수밀, 침수, 연소 시험을 시행해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 정부에서 직접 엄격한 합격 검사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보다 보수적이고 안전에 치중된 검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제도적 장치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2025년 2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 시설 전주기에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의 제조, 설치, 운영 단계에서 각각 반드시 준수해야 할 안전장치와 기준이 담겨 있으며 이를 위해 전기 안전과 관련된 시행 규칙 개정, 관련 교육 확대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전기차는 향후 시장을 선도할 미래 교통수단 중 하나다. 세계적인 친환경 열풍에 따라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뒤에는 현재의 화석 연료 기반의 내연 기관 자동차의 생산이 중단될 에정이다. 전기차의 보급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기차 관련 기술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관련 인프라 확충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이해서도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 대책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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