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AI와 일자리가 공존하는 사회, 실현 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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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AI와 일자리가 공존하는 사회, 실현 가능하려면 
  • 오현지 기자
  • 승인 2024.01.3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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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의 진화가 인류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10여 년 동안 빛의 속도로 진화한 AI는 이제 인간의 직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출시한 AI 서비스로 인해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AI로 인해 인간의 직업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대신 일할 수 있는 AI 등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주주인 오픈AI는 지난해 생성형 AI GPT-4를 선보였다. 2020년 공개된 GPT-3의 후속 모델인 GPT-4는 멀티모달 AI다. 두 모델의 큰 차이점은 이미지의 적용 여부다. GPT-3은 텍스트 데이터만 학습한 반면 GPT-4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학습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연결해 이해하고 답변하거나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GPT-4는 사람이 광범위한 일반 지식이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GPT-4를 MS365에 적용한 코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파일럿은 GPT-4를 MS오피스 제품군에 접목한 서비스로 워드, 파워포인트 등의 문서 작성을 AI가 도와준다. 코파일럿이 작성한 문서를 초안으로 삼아 이를 수정하거나 보강해 완성하면 업무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이다.

구글의 온라인 문서 편집기 구글 문서도구(Docs)에도 최근 글쓰기가 가능한 생성 AI가 탑재됐다. 사용자가 입력한 주제에 맞춰 AI가 초안을 작성한다. 예컨대 채용 관리자가 신입 사원을 위한 환영 이메일을 작성할 때 AI가 빠르게 메일을 써 준다. 사용자는 AI가 써 준 초안을 자신의 문체로 교정하는 정도만 하면 된다.

이미지 및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 역시 지난해 3월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해 주는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Firefly)’ 베타 버전을 출시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버전을 공개했다. 파이어플라이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들어 주고 개체의 추가 및 삭제, 자동 채색 등을 해 주는 등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생성형 AI다.

이처럼 지난 1년 사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사람을 대신하거나 사람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속속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이 사람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도화된 AI 등장에 긴장하는 직장인들

지난 2018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도쿄 강연을 통해 “2061년에 인간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50년 안에 AI가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이다”고 말해 세상이 깜짝 놀랐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역시 “언젠가 AI로 인해 일자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예측했다. AI 등장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러 발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픈AI가 작년 중순에 발표한 ‘노동 영향 전망’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약 80%가 대형언어모델(LLM) 도입으로 직무의 10%가량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20% 노동자는 직무의 50% 이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맥킨지의 ‘2023년 AI 현황: 생성 AI의 돌파구’ 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현재 미국 일자리의 30%가 자동화되면서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한지우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조사역과 오상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융분석팀 팀장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 명이 AI 기술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취업자 수의 12%에 해당한다. 보고서에서는 AI 노출 지수가 낮은 일자리로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을 꼽았는데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고도화된 AI로 위협받는 직군에 대한 분석은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고학력과 고소득 직군인 화이트 칼라가 AI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직업이 은행원, 운전자, 판매원, 서빙원, 세무사, 경비원, 기술자, 작가, 기자, 음반 엔지니어 등이다.

특히 현재 선망의 직업인 의사, 변호사, 회계사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손꼽힌다. 의사를 대신해 병을 진단하는 AI, 홀몸 어르신이나 집에서 요양하는 환자를 돌보는 AI는 의료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AI의 판례 분석, 법률 상담 등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법률 서비스를 누리게 할 수 있다.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회계사도 AI로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반면 AI 이후 더욱 주목받는 직업군도 있다. AI 기술 개발과 관리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AI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로봇 개발자, 가상 현실 창작자, AI 보안 전문가, 클라우드 엔지니어, AI 챗봇 개발자, 스마트홈 설계자, AI 로봇 윤리학자 등이다.

AI도 넘볼 수 없는 직군으로 블루칼라가 떠오르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AI가 발전해도 위협을 덜 받는 직업은 이발사, 소방관, 승무원, 경비원, 정비공, 피부관리사 등이다. 퓨리서치센터는 “고장 수리 서비스, 접객 및 요리, 농업, 헬스케어는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군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로 인한 시대의 변화, 사람에게 달려

AI의 등장으로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고 인간에게 이득이 될 것은 분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간 보고서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 2023’에서는 MS365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 직장인들은 데이터, 이메일, 미팅, 알림 등 디지털 부채를 안고 있으며 근로자 3명 중 2명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0%가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업무를 AI에 위임하겠다고 답했는데,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AI로 인한 실직보다 업무 부담 완화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 직장인들의 과중한 업무를 AI가 분담한다면 여가 시간, 자기 계발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며 AI와 공존할 수 있다.

기업도 직원과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노동총연맹(AFL-CIO)은 지난해 12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양측이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AI가 잘하는 영역과 사람이 잘하는 영역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AI가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감독 및 규제해야 한다. AI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IT 발달을 유도하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향후 전망이 좋은 직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재취업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AI 직업윤리도 확립해 부작용을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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