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겨울철 도로 안전, 스마트 기술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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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겨울철 도로 안전, 스마트 기술로 지킨다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12.2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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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량이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고속도로는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생명이 위험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다. 이에 고속도로에는 사고를 방지하거나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 대책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속도로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겨울철에는 운전자가 사전에 인지해도 쉽게 대응하기 힘든 블랙아이스가 고속도로 곳곳에 발생해 사고를 유발한다. 특히 이번 겨울처럼 하룻밤 사이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며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오면 예상치 못한 블랙아이스에 당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겨울철 고속도로의 대표 위협인 블랙아이스를 막기 위한 기술과 고속도로의 안전을 위한 스마트 기술을 살펴보았다.

 

도로 위의 암살자, 블랙아이스

2019년 12월, 경북 군위군을 지나는 상주~영천고속도로 하행선에서 4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0년에는 경남 합천군 대양면 인근 도로에서 차량 41대가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10명이 부상당했고 2021년 12월 충북 음성군에서는 7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모두 블랙아이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였다. 피해가 큰 사고 위주로 추렸지만 이외에도 매년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아스팔트 표면의 틈 사이로 눈과 습기, 매연, 먼지 등이 뒤엉켜 스며든 뒤 검게 얼어붙어 빙판길이 생기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블랙아이스는 눈으로 구분이 어렵고 사전에 감지가 어려워 도로 위의 암살자라는 무서운 별명으로 불린다. 교량과 터널의 출입구처럼 해가 잘 비치지 않는 그늘진 도로에서 주로 생기지만, 전체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고속도로 한복판에도 블랙아이스가 생겨날 수 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는 예측이 어려운데다가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추돌 사고는 운전자가 전방 주시만 잘 하고 있다면 앞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을 보고 제동을 하거나 피할 수 있지만 블랙아이스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몰라 앞에서 추돌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도 제동이 쉽지 않다.

운전자가 최소한의 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기 때문에 치사율도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 결빙 시 치사율은 100건당 16.1명으로 일반 도로에 비해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아이스뿐만이 아니다. 겨울에 쏟아지는 눈은 시야를 막고 빙판길을 만드는 주범이며 차선이 보이지 않는 눈길 역시 겨울철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블랙아이스를 비롯한 겨울철 대표 도로 재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이 개발, 도입되고 있다.

 

블랙아이스를 방지하는 스마트 기술

이처럼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면 온도 측정 기술을 공개했다. 차량에 부착된 관측 장비로 외기 온도 데이터를 수집,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노면 결빙 위험 정보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차량이 직접 측정한 노면 온도를 플랫폼으로 전송할 뿐만 아니라 기상청이 제공하는 날씨 정보와 연계해 노면 온도 변화의 패턴을 예측, 사전에 블랙아이스의 생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알려 주는 서비스도 탑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센서를 통해 인공지능(AI)이 블랙아이스를 판별하지만 시스템을 100% 믿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간별로 사진을 촬영해 관리자에게 판단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기술은 올해 겨울부터 서울특별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제설 작업 판단 보조, 지원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립기상과학원 역시 노면 온도와 상태 등을 관측해 블랙아이스 예측 정보를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기상 정보 전달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블랙아이스를 유발하는 ‘어는 비’가 내릴 가능성을 진단하기도 하고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블랙아이스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알려주는 예측 정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AI 딥러닝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도로위험 탐지 솔루션’도 있다. 자동차 바퀴가 노면에 마찰되는 주행 소리 진폭과 주파수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노면 상태를 분석, 기상 조건을 고려해 결빙, 적설, 슬러시, 젖음, 보통 등 단계별로 노면 상태를 알려주는 솔루션이다.

차량과 차량 사이의 연결을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술도 있다.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5G, LTE 등의 초고속 통신망으로 차량과 차량, 차량과 운전자를 연결해 교통안전을 돕는 IoT 기술이다. 이미 미국 도루국과 교통부에서 시범 사업을 다수 진행 중인 기술로 제설 차량, 고속도로 단속 차량 등에 무선 송수신이 가능한 카메라를 설치해 도로 기상 정보를 이동하면서 수집, 운전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도심 속 도로의 결빙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로 노면 상태를 식별해 AI가 결빙 여부를 판단하는 에지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AI가 노면의 결빙을 인지하면 조명으로 ‘빙판, 동결 주의’ 라는 문구를 노면에 투사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도모한다.

국내에서도 도로 보안등에 CCTV, 레이더 등의 검지기를 탑재해 정보를 수집하고 운전자들에게 맞춤형 경고를 표시해 주는 스마트 도로 조명이 설치되고 있다. 블랙아이스뿐만 아니라 교차로, 어린이 보호 구역, 횡단보도 등 교통사고 다발 구역에서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기술이다.

서울시의 일부 구에서는 아예 친환경 스마트 도로 열선 시스템을 도입, 도로 위에 눈이 쌓이지 않는 도심을 조성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미래 모습, 스마트 고속도로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비롯해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스마트 고속도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고속도로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고속도로 전역에 디지털, IoT 기술이 접목된 도로로 한국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고속도로 전 구간을 스마트 고속도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마트 고속도로에는 위에서 소개한 각종 겨울철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기술들뿐 아니라 중간 정산 없이 최종 출구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한 번에 지불해 통행 시간을 단축하고 교통 정체를 해소하는 ‘원톨링 시스템’, 2개 이상의 하이패스 차로를 연결해 넓은 차로 폭으로 사고 위험 없이 빠르게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다차로 하이패스’ 등의 기술이 포함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협력형 지능형교통체계 조성으로 차량 위치를 기반으로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온전히 자리잡게 되면 운전자는 주변 교통 상황과 위험 정보를 다른 차량으로부터 실시간으로 공유받아 보다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게 된다.

IoT 기술의 적용도 스마트 고속도로에 포함된다. 비탈면 경보, 교량 지진감지, 가로등 및 염수 분사 장치 원격 제어 등의 서비스가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IoT 전용 통신망도 전국으로 확대 구축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커브 길이나 블랙아이스 등 육안으로 보기 힘든 위험 정보를 미리 인지해 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속도로 디지털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정보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GPS를 기반으로 도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전자 지도를 제작했으며 드론으로 도로 곳곳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해 도로 생애 주기를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고속도로 디지털화에 힘쓰는 이유는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도로나 교량 등 도로 시설물의 노후도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점검 대상이 증가하고 점검 포인트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과 기술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렇기에 인력이나 경험에 의존했던 기존의 교통 상황 관제와 도로 시설물 관리를 AI와 데이터 기반 자동 관제 시스템 등으로 이관하는 스마트 고속도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는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의 안전을 위한 수많은 스마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속 주행과 방어 운전을 하는 운전 습관이다. 블랙아이스와 쏟아진 눈이 도사리는 겨울 도로 위에서는 항상 속도보다 안전에 치중한 운전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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