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내 ‘더 글로리’, 시설은 따돌림 겪어도 하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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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내 ‘더 글로리’, 시설은 따돌림 겪어도 하교 못한다
  • 최연지 기자
  • 승인 2023.03.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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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어르신이 집단 따돌림으로 사망했다.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시설은 지속해서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시설 내 집단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폭력과 요양원폭력, 다를 바 없어

80대 어르신은 1월 27일 입소 직후부터 두 명의 치매환자들에게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 안면과 가슴 등 온몸에 멍 자국이 생긴 피해 어르신은, 결국 2월 19일 입소 24일 만에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이번 요양원에서 발생한 집단 따돌림은 학교폭력과 다를 바 없었다.

2년 전 인천시에도, 이른바 일진 고등학생 두 명이 격투기 스파링을 빙자해 동급생 한 명을 심하게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직후 피해자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출혈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학교에서 요양원으로만 바뀌었을 뿐 폭력행태와 진단명은 앞선 사례와 동일했다.

다만 학교폭력은 집으로 돌아가면 ‘신체적 피해’에서는 벗어난다. 그러나 80대 어르신 피해자는 24시간을 온전히 가해자와 분리될 수 없는 ‘시설’에 입소했다. 시설 특성상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사건은 커졌다. 유족이 요양원을 방문해 ‘적절한 예방조치’를 당부했으나, 같은 날 저녁에도 피해자는 또다시 폭행에 노출돼 사망에 이른 것이다.

 

설비규정, 지침, 인권교육 등 제도 갖췄는데 왜?

요양원 측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요양원 구조상 어르신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 확인결과, 당시 요양원은 시설정원보다 현원이 적어 여유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인복지법 설비규정상 ‘특별침실’을 입소정원의 5퍼센트 이내의 범위에서 반드시 두어야 하므로, 분리할 공간은 충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복건복지사업안내를 통해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지침’을 배부했다. 해당 지침에는 종사자는 ‘노인들간 집단 따돌림이나 학대행위를 예방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됐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는 매년 4시간 이상의 인권교육도 받고 있다. 인권교육에는 ‘시설 입소자간 다툼 해결 요양원 사례’까지 포함된다.

각종 제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벌어졌다. 이는 정부의 요양시설에 관한 관리감독이 허술한 탓으로 해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정기평가를 시행 중이나, 3년 주기로 진행돼 학대피해가 발생한 직후 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저 노인학대신고의무자의 ‘신고’로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조윤경 사무관은 “노인학대신고의무자는 시설 내 입소자간 다툼이 생기면, 즉시 분리하고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파주시 폭력사례는 아직 경찰 수사 중인 사건으로 학대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조사결과에 따라 지자체에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권교육을 더욱 강화해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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