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채피’에서는 한 천재 과학자가 개발한 로봇 경찰 부대가 한 도시의 치안을 책임진다. 로봇 경찰인 채피는 사람보다 강하고 민첩성이 좋아 늘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낸다. 놀라운 점은 극중 채피가 고도의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계속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급박한 범죄 현장에서 채피는 마치 사람처럼 상황을 인지하고 발빠르게 대처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로봇 경찰을 볼 수 있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이미 AI, IoT, 드론,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치안에 활용되고 있으며, 기술 수준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안에 ICT·과학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스마트치안이라고 부른다.

스마트치안이 본격화될 미래에는 수많은 범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기술이 탑재된 치안 장비가 각종 범죄를 막아줄 것이다.

• 범죄 정보를 하나로 ‘스마트치안 빅데이터 플랫폼’

스마트치안을 위한 핵심 자원은 바로 범죄와 관련된 수많은 범죄 관련 데이터다. 국내에서는 ‘스마트치안 빅데이터 플랫폼(Smart Policing Big Data Platform)’이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치안 빅데이터 플랫폼은 경찰과 공공, 민간이 협력해 만든 치안을 위한 맞춤형 빅데이터 서비스다. 생활 안전, 교통, 수사, 사이버 안전, 과학 수사 등 31개 시스템에서 약 145억 건에  달하는 정형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경찰청 데이터에 위험 예측·분석이 가능한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범죄 대응 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운영은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맡고 있다.

플랫폼에는 ▲전국112신고 접수 데이터 ▲범죄 행위 데이터 ▲우리동네 안심지도 ▲체감안전도 ▲범죄 발생 지역·점포별 위치 정보 ▲각종 범죄 사건별 뉴스 데이터 등 범죄 예방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다.

2022년 9월 기준 스마트치안 빅데이터 플랫폼에 저장돼 활용이 가능한 치안·범죄 데이터는 총 61건이다.

플랫폼 내 데이터는 주거 침입 및 성폭력 범죄자를 추적할 때, 플랫폼 내의 CCTV 위치 정보 데이터와 침입 범죄 사건 위치 정보 데이터, 성폭력 영향 요소 융합 데이터 등을 조합해 범죄 양상을 분석해 범인을 특정하고 추적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 지능형 CCTV, 경찰 드론·로봇, 스마트권총 등 치안 장비의 첨단화

범죄 관련 데이터는 지능형 장비와 만나 과학 수사에 사용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 예방과 수사를 위해서는 지능형 장비도 중요하다.

치안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는 바로 CCTV다. 근래 CCTV는 AI와 결합하면서 풍부한 범죄 정보 획득이 가능해졌다. 지능형 CCTV는 사람뿐 아니라 주변 환경 정보 등 다양한 범죄 유발 원인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평소와 다른 상황을 잡아내는 등 범죄를 예방한다.

지능형 CCTV를 잘 활용한 사례 중 하나는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지자체와 함께 진행 중인 ‘범죄징후 사전예측(U-Guard)’이다. 범죄징후 사전예측은 도시에 설치된 지능형CCTV로 성범죄 전과자 등 전자발찌 착용자의 정보를 탐지한다. 감시 대상자가 접근 금지, 출입 금지, 외출 금지 등 준칙 사항을 위반할 시 영상 관제를 통해 신속히 대처한다.

지능형 CCTV와 상호 작용하며 자동으로 범죄 관련 영상을 분석하는 솔루션도 개발되고 있다. 지오비전이 만든 ‘AI 기반 아동학대 분석 시스템’은 아동의 안면 인식, 이상 행동 등을 분석해 어린이집 내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영상 정보를 찾아낸다. 이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급증에 따른 경찰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고 감시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지능형 CCTV는 범죄자의 얼굴과 인상 착의를 인식하거나, 동일 인물 재식별, 차량 번호판 식별 및 복구, 경로 추적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방범 순찰, 납치·실종자 수색에는 드론이 동원되고 있다. 드론은 데이터와 통신 기술, AI, CCTV 등과 결합해 순찰과 수색에 활용된다.

드론은 경찰 인력과 시간을 절감시키며 지형 악조건 속에서도 임무를 신속히 수행해낸다.

아울러 드론은 범죄자나 테러나 불법 촬영에 악용되는 드론을 추적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경찰청이 아동 납치범을 드론으로 추적하는 실험을 한 결과, 실시간 동선 추적을 통해 단 15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드론 외에도 로봇 경찰이 범죄 인질극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뉴욕경찰국은(NYPD)는 2021년 인질 사건에 로봇 경찰견 ‘스폿’을 실제로 투입했다. 스폿은 경찰보다 먼저 투입돼 범죄 현장을 수색하고 주변 위험 요소를 순찰한다. 조명을 켠 채 어두운 창고를 수색하거나, 닫힌 문을 집게손으로 여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NYPD는 추후 휴머노이드형 로봇, 뱁형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을 범죄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이 직접 소지하거나 착용하는 개인 장비와 범죄 수사에 사용되는 감식 장비들도 고도화되고 있다.

2021년 열린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첨단 치안 장비들이 소개됐는데, 경찰 개인 장비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스마트권총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권총은 기존 권총의 1/4 무게로 휴대가 편리하고, 파괴력도 1/10 수준이다. 하지만 범인을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도록 해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살상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이 외에도 디지털 포렌식에 사용되는 장비들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휴대 전화의 메모리를 손상 없이 분리하는 메모리 분리 방식 데이터 획득 장비, 증거가 되는 데이터의 원본과 동일한 사본을 생성하는 복제 장비, 메모리 분리 등 정밀한 감식에 사용하는 실체 현미경 등이 그 예다.

• ITS(지능형 교통 시스템), 지도 앱을 활용한 범인 추적

ITS(지능형 교통 시스템)나 지도 앱 등 교통 관련 기술을 치안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ICT를 교통 시스템에 결합한 ITS는 위협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범죄 차량의 위치 정보를 찾아내거나 동선을 추적하고, 범죄 발생 지역의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통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티맵모빌리티와 협력해 경찰청의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과 티맵모빌리티의 ‘티맵 API’를 연동, 범인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경찰에서 보유한 다양한 치안 데이터를 시각화해 분석하는 지도 기반 분석 시스템으로 범죄자의 거점·주거지, 범죄 차량 동선 분석, 잠복 근무지 선정 등에 활용된다.

티맵 측은 경찰청 내부망에 티맵 지도 서비스를 연결해 범죄 정보, 주변 시설물 정보, 대중교통 실시간 정보 등을 융합한 추적 경로 분석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범인 추적에 필요한 자동차와 보행자의 경로, 교통 정보, 대중교통 정보 등 기능을 제공한다.

• 스마트도어락 등 신변 지키는 첨단 경비·경호 장비

주거 침입, 강도 등 범죄와 테러로부터 신변을 보호하는 경비·경호 장비들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와 경찰청은 노인, 여성 1인 가구 등 범죄 취약 계층에 스마트도어락, 스마트초인종, 스마트홈캠, 휴대용 비상벨, 창문 장금 장치가 포함된 ‘안전 홈 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도어락은 번호나 생체 정보 입력 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 원격으로 잠금 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홈캠, 스마트초인종 등 다른 스마트장비들과 연결돼 불법 침입을 탐지하고 경보를 울린다. 아울러 범죄 상황 발생 시 실시간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테러에 대응하는 경호 장비 기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사람이 했던 신변 보호 임무를 AI가 탑재된 CCTV나 로봇과 드론 같은 장비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는 ‘파로’와 ‘HR-세르파’ 같은 경호 로봇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파로는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형 경호 로봇으로 각종 정상 회의나 대규모 행사에서 침입자 검수, 보고 등 의 역할을 수행한다. HR-세르파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경호 차량으로 침입자를 추적, 체포하고 테러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이 외에 경호용 드론도 있다. 경호용 드론은 고공 비행을 통해 해상이나 공중 이동 시 저격수, 테러리스트 등 위협 요소를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