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스토리] 고독사 시대,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상태바
[트렌드스토리] 고독사 시대,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2.28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절된 인간관계, 민·관 협력해 사회 안전망 구축해야


쓸쓸한 나라, 2020년 한국 무연고 사망자 ‘2880명’

아무도 모른 채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고독사’라고 부른다. 고독사는 극한의 고독 속에서 홀로 쓸쓸히 맞이한 죽음을 뜻한다.  

같진 않지만 비슷한 단어로 ‘무연고 사망’이 있다. 무연고 사망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장례 시점에 법이 규정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파악할 수 없거나, 연고자가 시체 인수를 거부한 죽음을 뜻한다. 그리고 무연고 사망 중 다수는 고독사에 해당한다.  
 

2015~2020년 무연고 사망자수 통계, 사진: 서울시 제공
2015~2020년 무연고 사망자수 통계 (출처: 서울시 제공)


이는 먼 이웃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 옆집의 이야기다. 작년 4월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1세 청년이 숨진 후 4일 만에 발견됐다. 그의 방에는 150여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소주병과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고립된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고독사를 소재로 한 웹드라마 ‘무브투 헤븐’이 제작됐다. 이 드라마는 실제 특수 청소를 하는 한 유품정리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는데,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2021년 방영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무브 투 헤븐' (출처: 무브 투 헤븐 캡처)
2021년 방영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무브 투 헤븐' (출처: 무브 투 헤븐 캡처)


고독사, 가장 큰 원인은 ‘인간관계 단절’  

왜 자꾸 우리 사회에 고독사가 늘어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사회적 결속 약화’가 꼽힌다. 쉽게 말해, 인간관계가 단절된 것이다. 내가 사는 건물에서 누가 죽어도 평소 왕래가 없기 때문에 전혀 알 수가 없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의 각종 사회적 지표를 토대로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신뢰도와 공동체성 수치는 40개국 중 4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민의 21.6%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웃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라는 인식과 달리, 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결속력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독사는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이며,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촘촘히 하고 지역사회에서 돌봄과 긴급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고립 문제는 특정 집단·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이러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고독으로부터 나와 이웃을 지키는 일이 매우 시급한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 힘으론 벅차" 요양·실버 산업 등 민간 연계해야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2021년 4월부터는 ‘고독사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중앙행정기관장과 시·도지사는 매년 말일까지 다음 해 ‘고독사 예방 시행 계획’을 제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각 지자체도 고독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최근에는 IoT기술을 활용한 예방 책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이 개발한 기술이 이젠 사람을 지키는 안전 장치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IoT를 활용한 스마트 플러그 (출처: 울산 중구 제공)
IoT를 활용한 스마트 플러그, 서울 살피미 앱 (출처: 울산 중구, 서울시 제공)


울산시는 2021년 3월부터 Io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돌봄 스마트 플러그 사업’을 추진 중이다. 1인 노인 가구가 사용하는 TV 등 가전제품 전원 플러그에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하고 장시간 조도와 전기 사용량의 변화가 없는 경우, 연결된 독거노인생활지원사에게 자동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다.

서울시는 '서울 살피미 앱'과 '스마트 돌봄 플러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는 휴대폰 사용, 후자는 전력 사용을 모니터링해 일정 시간 이상 변화가 없으면 긴급구호를 요청한다. 

이 외에도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거는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화재감지기·출입감지장치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다양한 대책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공공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어난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사회 복지 전문가들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민간과 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사회복지협회의 한 관계자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고독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기업 등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새롭게 떠오른 요양·케어 사업이나 실버 산업에 진입한 기업과 연계해, 사회 안전망 강화와 신 산업 발전을 동시에 꾀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 대구의 본동사회복지관은 주민과 협력해 1인 가구 중·장년의 사회 참여를 돕는 ‘이음플러스’를 실행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이음파트너는 대상 가구에 스마트플러그를 설치한 후 주기적으로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한다. 이렇게 월 2~3회 만남을 통해 이웃의 고독을 줄인다. 민·관이 협력해 고독사 예방을 하는 좋은 예시 중 하나다.

피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제 우리는 고독과 싸워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고독사 문제를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나와 이웃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회가 가진 첨단 기술과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해 함께 이겨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