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크비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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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이크비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7.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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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주요 파트너사, 하이크비전과 결별 선언

미국 내 하이크비전의 주요 협력사 중 하나인 넬리스 시큐리티(Nelly’s Security, 이하 넬리스)가 더 이상 하이크비전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넬리스 시큐리티는 2008년 창업한 영상보안 전문 기업으로, 2017년부터 하이크비전 제품을 OEM 방식으로 미국 내에 공급해 왔다.

넬리스의 숀 넬슨(Sean Nelson) CEO는 지난 주 거래처에 발송한 통지문을 통해 하이크비전에서 제조한 OEM 영상보안 장비인 ‘H-Series’를 앞으로 공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FCC)가 지난달 하이크비전 등 일부 중국산 영상보안 장비의 미국 내 판매 승인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하이크비전 제품을 수급할 수 없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시작된 이후 보안과 중국 내 소수 민족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를 가해 왔다. 2019년에는 화웨이와 하이크비전 등 28개 중국 기업의 제품을 미국 정부 기관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을 통과시킨 바 있다.

NDAA는 미국 국방부의 예산을 심의하는 법으로, 2019년 NDAA 통과 후 사실상 미국 정부 기관에서 중국산 IT 제품은 퇴출 수순을 밟았다. 넬리스는 미국 정부 기관에 제품을 공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민간 시장에서 지속해서 H-Series를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FCC가 하이크비전 제품에 대한 승인 중단을 결의하면서 이제는 민간 시장에서도 더 이상 하이크비전 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넬리스가 거래처에 보낸 하이크비전 제품 단종 안내 통지문
넬리스가 거래처에 보낸 하이크비전 제품 단종 안내 통지문 일부(출처: 넬리스  시큐리티 홈페이지)

넬리스 입장에서 더 큰 우려는 이미 승인된 제품에 대한 승인 취소 여부다. 통지문에 따르면 넬리스는 향후 H-Series를 추가로 생산하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재고가 많다며, 이 제품들의 승인이 취소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H-Series 재고를 급히 처분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숀 넬슨 CEO는 하이크비전 제품의 보안 문제에 대해서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더 큰 문제는 하이크비전이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인권 탄압에 협력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숀 넬슨 CEO는 중국 정부가 다른 사상을 가진 소수 민족에게 중국 정부의 문화와 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재교육 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크비전이 이 캠프의 감시 시스템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넬리스는 하이크비전이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H-Series 단종은 단순히 비즈니스 측면뿐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숀 넬슨 CEO는 하이크비전과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다수 해 왔다.

그는 2017년에 하이크비전이 영상보안 산업을 장악한 것처럼 접근 제어 산업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으며, 하이크비전과 협업을 시작한 후에는 “난 지금 하이크비전 열차에 올라타서 큰돈을 벌고 있다”며 하이크비전을 추켜세운 바 있다.

뿐만 아니라 3년 전에도 중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중국이 가장 중요한 고객인 미국에 해를 끼칠 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하이크비전의 비윤리적인 행보가 결국은 숀 넬슨 CEO로 하여금 하이크비전과의 협업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파트너인 유니뷰 제품과 기존의 H-Series 제품을 함께 판매 중인 넬리스의 홈페이지
새로운 파트너인 유니뷰 제품과 기존의 H-Series 제품을 함께 판매 중인 넬리스의 홈페이지

한편, 넬리스는 하이크비전의 대안으로 또 다른 중국 영상보안 기업인 유니뷰(UNIVIEW)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유니뷰는 중국 내 3위권의 영상보안 기업으로, 이번 FCC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제품 성능과 가격, 사용자 경험 등이 하이크비전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숀 넬슨 CEO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재 보유하고 있는 H-Series 제품은 재고 소진 때까지 판매할 예정이며, 기존에 판매한 제품에 대한 사후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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