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관제센터, 사회 안전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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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관제센터, 사회 안전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12.0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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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핵심 인프라

전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중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CCTV 설치 대수는 전 세계에서 꼽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CCTV가 처음 도심에 설치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정부가 시민을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공기관의 CCTV 운영에 찬성하고 있다. 그만큼 CCTV가 사회 안전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 CCTV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가 하나 있다. 바로 CCTV를 모니터링하고 사건·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관제센터다.

 

정부 주도의 통합관제센터 구축 사업

국내에서 CCTV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활용된 것은 1970년대부터로, 서울의 주요 교차로 12곳에 CCTV가 설치된 것이 첫 번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하철 등 주요 교통 시설의 모니터링과 안전 관리를 위해 CCTV가 활용되었다. 지금처럼 CCTV가 도심에 설치되어 시민의 안전을 위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대 이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부 주도로 공공 CCTV가 보급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정부는 첨단 IT 기술을 도시 인프라에 접목해 시민 안전을 강화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이 당시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전국 지자체에 CCTV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오랜 시간이 걸려 2019년에야 비로소 마지막 5개 지자체에 통합관제센터 구축이 완료됐다. 그동안 국가 사업의 이름도 U시티에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구축된 전국의 CCTV 통합관제센터는 현재 각 지자체의 상황실 역할을 하며, 범죄 예방 및 추적, 사회 안정망 감시, 시설 관리, 취약 계층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도시 행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통합관제센터가 추진됐던 배경에는 도심에 우후죽순처럼 설치되어 각기 다른 관리 주체가 중구난방으로 관리하던 CCTV를 통합적으로 운영 관리하면서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자원과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취지가 있었다. 하지만 초기의 통합관제센터는 지금처럼 진정한 ‘통합’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방범과 재난 감시의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었지만, 경찰서와 소방서 등 유관 기관과의 매끄러운 연계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오랜 시간이 걸린 전국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구축 사업은 2019년에 설치 완료된 강원도의 속초시, 양양군, 평창군, 화천군 4곳과 전라남도 진도군까지 5개 지자체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약 10년 동안 구축된 전국 CCTV 통합관제센터는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에 제주도의 두 개 시와 세종특별자 치시를 포함해 총 229개에 이른다.

서울시 은평구 통합관제센터
서울시 은평구 통합관제센터

 

감시가 아닌 보호를 위한 인프라

이렇게 전국 지자체에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CCTV가 도심 곳곳에 설치되고 이를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한 사생활 침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SF 창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 바 ‘빅 브라더’에 의한 감시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운영하는 CCTV의 숫자는 2019년 기준으로 3천 대가 넘는 수준인데, 정작 CCTV 모니터링을 해야하는 통합관제센터 인력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시간 대에 따라 교대 근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3~4명의 인력으로 3천 대가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개개인을 추적하며 감시하듯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건·사고는 제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사람의 눈으로 직접 모니터링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CCTV가 보내온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범죄나 사고로 추정되는 영상 정보만 선별해 관제 요원에게 알려주는 것이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의 역할이다.

사실 지능형 영상 분석 솔루션을 통해 걸러진 알람만 해도 그 숫자가 결코 적지는 않다. 관제 요원들은 이렇게 전달된 수많은 알람들을 확인해 실제로 사건·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경찰서나 소방관에 파견을 요청하게 된다. 통합관제센터의 또 하나의 기능은 이처럼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연계에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통합관제센터 5대 연계 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는 112 센터의 긴급 영상 지원과 출동 지원, 119 긴급 출동 지원, 재난 상황 긴급 대응, 그리고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통합관제센터는 감시가 아닌 사회 안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수집되는 정보를 유관 기관과 연계함으로써 위험 상황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고 있다.

 

분야별 통합관제센터의 역할

물론, 통합관제센터는 지자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정 범위 내의 지역이나 시설물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통합관제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평온을 지키는 군부대에서도 국경을 감시하는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찰청, 소방청 등의 공공기관, 작게는 도심 속 대형 빌딩 안에도 시설 운영 관리를 위한 통합관제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범죄 액션 영화에서 테러 조직이 가장 먼저 점령하는 곳 중 하나도 통합관제센터인데, 이는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목표한 지역을 통제하고 장악하기가 그만큼 용이하기 때문이다.

 

ㆍ시민의 안전과 도시 시설 관리
앞서 주로 언급한 지자체의 통합관제센터가 여기에 속한다. 도시를 위한 통합관제센터는 스마트시티를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특징은 첨단 ICT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 시설 안전, 범죄 예방, 재난 및 재해 방지, 교통 통제, 환경 관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도시 인프라의 운영 관리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리해야 하는 지역도 광범위하고, 수많은 기술과 장비가 투입되기도 하며, 경찰청이나 소방청 등의 유관 관제센터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ㆍ교통 인프라 관리
교통은 CCTV가 가장 먼저 도입된 영역이다. 그만큼 안전 관리에 민감한 영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각 도로의 관할이 다르기 때문에 고속도로 같은 경우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직접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도는 각 지자체별로 관계 부처에서 교통 관리를 위한 관제센테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구축 사업을 위한 관제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ITS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데이터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로 외에도 철도와 전철 역시 일찍부터 통합관제센터가 운영되는 분야이며, 국내외 여객과 물류를 담당하는 항구와 공항 역시 승객들의 안전 사고와 범죄 예방, 그리고 시설 관리를 위한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한다.

 

ㆍ주택 안전
요즘은 일반 가정에서도 CCTV를 설치하는 곳이 많다. 꼭 범죄 예방용이 아니더라도 가정에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아이를 지켜보기 위해 가정 내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관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까지 없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경비 사무소에 관제 시스템이 설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문 관제 인력을 운영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지능형 시스템 도입 없이 직접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ㆍ빌딩 및 대형 공연 시설 등
통합관제 시스템을 잘 사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대형 시설물과 빌딩이다. 대형 경기장, 공연장 등의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과 대형 빌딩들은 필수적으로 관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해 눈으로 직접 감시하기 어려운 사각 지대의 안전 사고나 시설물 파손 등을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시설물은 출입통제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통합관제 시스템을 출입통제와 연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관제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외부 경비 업체에 일임하기도 한다.

 

ㆍ학교 등 교육 시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교내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학교 시설의 경우 CCTV를 설치하더라도 직접 관제센터를 운영하기에는 여건 상 무리가 있어, 대체로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에서 함께 관리하게 된다. 학교에 설치된 CCTV는 교내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간의 범죄 행위나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다.

 

ㆍ차량 출입 및 주차 시설 관리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교통 관리용 통합관제센터와는 별개로 민간에서도 CCTV 관제 시스템을 통해 차량 관리를 하고 있다. 대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단지 내에 출입하는 차량의 추적을 위해 관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주차 시설에서도 허가 받지 않은 차량의 무단 주차 방지와 주차된 차량의 보호를 위해 관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통합관제센터 고도화를 위한 영상 데이터 활용

통합관제센터의 역할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정부가 U시티의 유지를 이어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스마트시티는 U시티와 마찬가지로 첨단 ICT 기술 기반의 미래형 도시 구축 사업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U시티가 추진했던 통합관제센터의 역할이 ‘감시’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되어 있다면, 스마트시티가 추구하는 통합관제센터는 종합 데이터의 허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의 통합관제센터가 운영 관리하는 CCTV의 숫자는 수천 개에 이르기 때문에, 여기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스마트시티는 이 데이터들을 단순히 쌓아 두다가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통합관제센터의 핵심 솔루션 중 하나인 지능형 영상 분석의 경우, 머신러닝을 통해 성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머신러닝에 필요한 학습 자료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전국의 통합관제센터에서 매일매일 수집되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학습에 사용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일 될 것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영상정보보호법 등으로 CCTV로 수집된 영상 정보의 활용 자체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올 초, 데이터3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그동안 의미없이 수집돼 버려졌던 영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에서 개인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킹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영상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법적으로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 데이터의 활용은 통합관제센터를 고도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지금의 통합관제센터는 선제적 대응보다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후 빠른 후속 대응에 무게추가 기울어 있다. 통합관제센터가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위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분석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 정도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통합관제센터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근간에는 데이터 경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정부에서 구축하고 있는 전국 ITS 센터는 단순히 도로의 교통관제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이며,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단순히 보안과 안전의 영역에서만 머물러 있던 통합관제센터는 이제 스마트시티의 핵심 인프라로 온갖 데이터가 모이는 데이터 허브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매장에서 인공지능 기반 리테일 솔루션으로 고객의 동선과 재방문 여부 등을 분석하듯, 도시 내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의 동선 데이터, 물류 데이터, 상권 데이터 등은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 매우 중요한 기초 자원이 되는 것이다.

현 정부가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데이터댐 구축을 표방한 만큼, 통합관제센터는 이제 보안과 안전을 넘어 경제의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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