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롭테크와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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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롭테크와 블록체인
  • 조중환 기자
  • 승인 2020.04.2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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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경제에서 공유경제로 이행되는 부동산 산업
정석현 리얼티뱅크
신사업전략부문 대표

조물주 위에 건물주 대리체험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인들의 로망이었던 건물주의 위력은 아직까지도 이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듯 보인다.

심지어는 건물주의 기분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도 출시되어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 게임은 쉽지 않다. 건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임대인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사업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 난이도를 높이면 임대인들은 더욱 까다로워지며 무리한 사업 확장은 파산으로 이어진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게임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부동산 산업도 변화하고 있으며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조만간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현대사회가 무거운 경제에서 가벼운 경제로 이동하고 있으며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얘기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하여 중후장대(重厚長大)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접속을 통한 소통과 공유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산업은 무거운 산업으로 대표되는 제조 산업에 비해서도 기술에 대한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산업 영역이다. 부동산은 자연물이라는 고유의 속성인 부동성, 부증성, 영속성 그리고 개별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인 또는 일반 경제학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 기술 등 IT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부동산 산업 영역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 진입이 늦어진 만큼 기술 혁신으로 인한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은 1경 3천조 원 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고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300조 원이라고 한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수십경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도 큰물에서 노는 놈이 크다는 속담이 있다. 거대한 시장인 부동산 산업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변화에 도전하고 있다.

 

프롭테크에 대한 주목

프롭테크(Proptech)는 프로퍼티(재산, Property)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존 부동산 산업에 정보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영역을 의미한다.

닷컴버블 이후 부동산 산업에서도 인터넷 상에서 오프라인 거래를 보완하는 수준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었으나, 본격적인 프롭테크는 2009년 영국의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주플라(Zoopla)를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 공유경제와 공간 차익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WeWork), 에어비앤비(Airbnb), 질로(Zillow) 등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17년 이후부터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5G, 클라우드 기술의 통합에 힘입어 또 다른 혁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는 2018년 11월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설립되어 현재 169개 회원사가 1조 1천억 원의 누적투자를 유치하는 등 한국 프롭테크 시장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으며, 2019년 2월 설립된 스마트시티블록체인포럼은 100여 명 이상의 부동산 산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블록체인과 부동산 산업의 결합을 통한 정보 교류에 노력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프롭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프롭테크는 부동산 관점에서 정보 기술을 활용한 산업과 연관된 산업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해석되며, 스마트부동산, 공유경제, 핀테크를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이다. 그렇다면 프롭테크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IoT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면 프롭테크 역시 온라인 거래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와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는 기술로 축약된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한 자산의 디지털화 또는 토큰화를 통해 자산의 권리 관계에 대한 증명과 자산의 유동화에 기여할 수도 있으며 부동산 거래나 계약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탈중앙화와 P2P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수직적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사업주체들에게 피어투피어(P2P)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동산의 가치 사슬 단계를 소유권(Ownership), 금융(Finance), 건설(Construction), 거래(Transaction), 사용(Use)의 다섯 가지 단계로 나누었을 때 현재 프롭테크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직방과 호갱노노 등과 같이 매물, 중개 및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이며, 임대 관리 등의 부동산 자산 관리, 그리고 부동산 금융 등에서도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프롭테크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임대 관리 분야의 홈버튼(homebutton) 서비스의 경우에는 부동산 매물 정보 내 임대차 계약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임대료 납부 여부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함으로써 계약 내용의 투명성과 신뢰, 그리고 정상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차후 보상 및 그에 따른 행정 업무를 자동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 준다. 추후 임대차 계약과 동시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그리고 임대인 임대차 계약을 자동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행정 업무의 시간 및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홈버튼 서비스 임차인 등록 화면
홈버튼 서비스 임차인 등록 화면

 

최근 상용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카사코리아의 경우에는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방식으로 발행하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 부동산투자상품에 비해 거래구조를 단순화하고 각종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투자수익률 제고와 유동성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0년 4월 15일 기준으로 사전예약 신청자가 8만 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 대출 정보 공유 및 대출 조건 비교 플랫폼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로니에프앤과 리얼티뱅크감정평가법인에서는 부동산 감정평가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의 담보가치는 주로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평가 전례 등의 시세 정보를 활용하여 산정되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시세 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 담보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공유하여 블록체인에 기록 관리함으로써, 수집된 데이터에 대하여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통해 좀 더 신뢰성 있게 담보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대출 상품 선택 및 금리 인하 요구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은행 입장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담보가치 분석을 통해 대출 사후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로니 대출 정보 공유 및 대출 조건 비교 플랫폼
로니 대출 정보 공유 및 대출 조건 비교 플랫폼

 

코로나19와 프롭테크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임은 이미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딜로이트의 ‘코로나19의 산업별 지역별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경기 침체와 각국의 긴급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소비 감소와 생산 위축 그리고 기업 실적 하락으로 인해 부동산 급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국의 경우 이미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침체 진입기로 이행되고 있는 와중에 경기 침체로 인한 공실이나 임대료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앤드류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지난 8일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똑똑하다면, 대신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코로나19는 그 이전과 이후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프롭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 부동산 산업을 소유의 경제에서 접속의 경제, 그리고 공유경제로의 이행을 더욱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글 정석현 | 스마트시티블록체인포럼(SBF) 기술위원장, 리얼티뱅크신사업전략부문 대표

wiseston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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